당시 미션스쿨을 다녔던 고민 많았던 사춘기 소년은 종교 문제에도 꽤 관심이 많았었어요. 왜 도대체 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기도를 하면서 우는건지, 이렇게 과학적 진보를 거듭한 인류가 종교에 이렇게 많은 힘을 쏟는건지. 아프라카의 어떤 아이는 단지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단 이유로 굶주리다 에이즈로 죽는데 거기에 천당과 지옥의 개념이 들어갈 수 있는건지, 기독교/카톨릭을 알지도 못한 세종대왕은 지옥에 가야하는건지....
그리고 제가 잘나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선과 악에 대해서 논쟁하던 철학자들의 생각을 따라서 이어지더라구요. 물론 무슨 '주의'를 만들 수준은 안됐습니다. 단지 인간이 원래 나쁘게 태어나는건지. 살면서 점점 나빠지는건지 궁금해졌을 뿐이죠. 물론 학교에서도 이런걸 배웁니다. 성선설은 누가 주장했고, 성악설이 등등... 정말 인간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 공식처럼 암기과목이 되다니 지금생각해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인간이 자기에 대한 정체성, 자기 종족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인데...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혼란스럽고 의심이 갔습니다.
그때 일련의 책들은 제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고, 그중 한권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였습니다. 모르긴해도 아마 그때가 아니였음 죽을 때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신기해요. 이 책을 읽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겨웠고, 힘들었는데...
시간이 흘러, 나이가 좀 드니까 이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게되면 모르는 사람인데도 반갑습니다. (물론 이런 책을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읽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게 너무 드문일이라 더 그렇긴합니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 교복입은 학생을 만났을 때는 데려가서 먹을거라도 좀 사주고 싶었던걸 꾹 참았습니다.
책이 소셜을 만들 수 있을까? 책이 정말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만들어낼까? 책을 통해서 누군가를 알고, 이해하는게 가능할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어떤 누군가와 나는,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가까운걸까?
이런 질문을 가득 담은 유저스토리북의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 누군가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어보셨나요?
덧. 사실 이런 경험을 가진 또하나의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사람의 아들'이란 책입니다. 이 책은 진보와 보수의 논란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꿋꿋하게 이문열씨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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